인간에게 자의식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 일컫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자기에 대한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자의식이 있기에 인간으로 존재하며 인간의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자의식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소중한 의미라 여겨진다.
자의식은 “나는 사람이다”라는 자각을 낳는다. 이는 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 의식에서 자연성과 당위성은 분리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을 함께 인격적,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데 더러는 타인을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 본질이 중요하고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는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나를 대하는 정도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가 관계형성의 척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인간의식은 너에 대한 인간의식을 거쳐서 마침내 우리에 대한 인간의식으로 넓혀지고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비로소 사람으로서 그 자체를 확립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임이 사람됨에 있고, 사람됨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는 보편타당한 인간의식에 있다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모두 여기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삶 가운데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궁극적으로 실재를 추구하고, 사물의 법칙과 원리를 찾고, 사회구조를 분석하고 역사의 의미를 따지며 산다.
아울러 정치의 이념을 논하고 경제 체제의 정당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민주화를 바라고 소유의 균등한 분배를 추구하며 자신에게 주어질 기본권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대두되는 현실이며 개인의 주권이자 시대적 참여의식이기도 하다. 만약 이러한 의식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적 행위에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식이다. 사람을 위한다는 생각이 없을 때 사람의 지적행위는 결국 반인륜적인 것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핵 분리학의 발달이 인류 지능의 탁월성을 과시하지만 거기에 인간의식이 결여될 때 그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살상 무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게 된다.
인간의식이 빠진 유전공학은 얼마든지 똑똑하고 힘센 인종을 생성해 낼 수 있지만 그 인간의 지능과 힘만으로 존재성이 평가될 것이므로 그로 인한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간의식이 없는 교육, 인간관계가 무너진 교육, 인격적 대화가 결여된 교육은 지식의 거래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는 원칙이 존재한다. 아울러 질서가 있고, 정의가 실현되고, 법이 지켜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식이 통용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질서와 정의와 법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지극히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과 질서가 사람의 가치를 뛰어넘는다면 오히려 비인간화의 이데올로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민주화도 예외가 아니다. 정권의 존속이나 정권의 쟁취를 위한 수단의 구호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지 않을 때 그것은 스스로의 파멸을 초래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부단히 무엇을 위한 삶이며, 누구를 위한 행동인가 늘 물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서 인간의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으로 통하는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간 의식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이념은 사라질지라도 인간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편이 갈려 반목과 질시로 서로를 질타하고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이 일상화 된 현실이다. 옳고 그름보다 다른 것을 존중하고 같은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인간의 본질적인 자의식의 성찰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허용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텔레비전을 켜면 여야 간 의 정쟁으로 시끄럽고 단풍 고운 길거리 가로수도 험악한 정쟁의 현수막의 글귀로 인해 삭막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치인들은 자의식이 없는 특별한 별종인가 궁금하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고 국민이나 민생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놀음에 결실 가득한 이 계절에도 빈 그릇만 차고 있는 것 같다.
그들도 양심과 더불어 생각이 있을 것인데 감정 있는 사람의 모습보다는 정쟁에 익숙하게 훈련된 AI를 닮아 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고 단풍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답지 않은 인공지능의 자의식을 가진듯한 정치인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하여튼 사람다운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