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기념관, 다양하고 알찬 내용으로 품위있게 꾸며져 뿌듯
남양주문화원 관계자 26명이 6월말 대외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중국 하얼빈을 탐방(探訪)하였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해를 맞아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찾은 탐방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첫째 날>
남양주문화원에서는 대외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중국 하얼빈을 탐방(探訪)하였다. 금년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해이다. 따라서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며, 그들의 숭고한 독립사상과 교훈을 다시금 추모하고 기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얼빈 공항에 도착하니 한국 기온보다 3~4도는 낮은 것 같다. 현지 가이드가 안내한 대로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리니 더 젊어진 기분이다. 하얼빈은 흑룡강성(黑龍江省)의 도시로, 송화강에 면해 있으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세계열강들이 병든 중국을 침탈할 때 러시아가 중국 침공의 전초기지로 철도를 건설하면서 생긴 도시이다. 그 결과 경제와 문화가 전례 없이 번성하여 당시 동북아에서 가장 부유한 국제상업도시가 되었다. 중국과 서방문화가 연결 융합하였고 그런 정교하고 매력적인 독특한 문화는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하얼빈은 ‘동방의 작은 파리’, ‘동방의 모스크바’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공항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달리니 우리의 숙소 화륭호텔(華隆飯店)에 도착한다. 하얼빈 도심에 위치하며 우아하면서도 편의시설을 잘 갖춘 이 호텔에서 우리는 앞으로 3박4일 동안 머무를 것이다<둘째 날>
호텔에서 아침 식사 후 10분 거리의 하얼빈역에 위치한 ‘안중근의사 기념관(安重根義士 紀念館)’을 탐방한다. 하늘은 회색빛으로 잔뜩 찌푸려 있다. 우리 일행은 기념관을 배경으로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펼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안중근 의사를 깊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안 의사 기념관은 하얼빈역 청사 내에 안 의사가 이등박문을 저격하였던 바로 그 장소에 2014년 새로이 개관한 것이다.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다양하고 알찬 내용으로 품위 있게 꾸며져 있어 뿌듯하다. 기념관 입구에는 안 의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 위에는 거사 시각인 9시 30분에 멈춘 시계 조형물이 있다. 내부에는 안 의사의 생애와 사상, 한시와 유묵, 의거에 관한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안 의사가 이등박문을 저격한 위치와 이등박문이 쓰러진 위치를 명확히 표시해 놓았다. 나도 안 의사 위치에 그대로 서서 권총 발사하는 자세를 취해본다.
기념관을 나오니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지 기어코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음 코스 ‘용탑(龍塔)’으로 이동한다. 높이 336m의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철탑으로 원래는 흑룡강성 방송 및 TV 전파를 송출하는 방송탑이지만 관광, 음식, 통신, 엔터테인먼트 등 종합적 다기능 역할의 타워라 한다. 우리는 높이 161m 지점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려 하얼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돌아본다. 하지만 비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시내 건물들이 우아하거나 화려하지 않아 그다지 멋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의 서울 남산타워나 롯데월드타워가 훨씬 더 멋지고 아름우리라. 전망대에는 견우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烏鵲橋), 관운장 재물신(財物神), 12간지의 열두 동물 조형물도 각기 만들어 놓았다. 나도 양 머리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유리 통로를 따라 걷는데 발아래 저 까마득한 1층 쪽이 아찔하게 보인다. 음식점, 커피점, 다양한 기념품점도 있다.
용탑을 나와 점심식사를 하러 한식당(韓食堂)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한국 교포 3세인 朴씨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이역만리 낯선 이국땅에서 한글 간판, 한글 메뉴를 보니 엄청 반갑다. 특히 식당 이름이 ‘함지박’...통나무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그릇으로 소박한 우리 옛말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아마 주인이 박씨라서 그렇게 상호를 지었나보다. 삼겹살에 된장국, 상추, 얼갈이김치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홀이 꽤 넓은데도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종업원들도 한복을 예쁘게 입었는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이 식당이 일취월장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식사 후 우리는 러시아풍의 이국적 거리 ‘중앙대가(中央大街)’를 걷는다. 1900년대 러시아인들이 주로 모여 살았던 곳으로 하얼빈의 최대 번화가이면서 러시아, 유럽풍 건물들이 많아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리이다. 형형색색 이국적 건물들이 초록물 뚝뚝 떨어지는 가로수와 어우러진 풍경이 참으로 낭만적이다. 1.4km 쭉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도로를 걸으면 ‘중국 속의 모스크바’, ‘중국 속의 유럽’ 이야기가 실감날 정도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당과 상점, 기념품점들이 즐비하여 활기가 넘쳐흐른다. 우리는 여기저기를 걸으며 배회하다가 동료들과 함께 Starbucks 커피점에 들어가 그윽하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시는데 이곳 역시 값은 비싸다. <임한율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