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경(孝經)을 중심으로 공동체 정신을 위한 효(孝)의 개념을 논의하는 것은 단순히 어떠한 하나의 가족을 위한 개념만이 아니라 올바른 공동체를 위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子曰, “夫孝天之經也, 地之誼也, 民之行也.” 효경(孝經) 「삼재장(三才章)」에 나오는 말이다. “효란 하늘의 법칙이며, 땅의 질서이며, 백성들이 행해야 할 것이다.”
효경은 유가(儒家)의 13가지 경전 중 하나로 효경의 저자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고, 공자 또는 증자의 제자들이 유력(有力)한 것으로 추정된다. 효란 신체보존(身體保存)과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무릇 효는 덕(德)의 근본(根本)이고, 가르치고 이끄는 교화(敎化)가 여기서 비롯된다. 몸과 두 팔다리, 머리카락, 피부까지도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훼손(毁損)하지 않는 것이 효도(孝道)의 처음이다.
몸을 세워 도를 실천하여 후대에 이름을 날려 부모님을 밝게 나타내는 현창(顯彰)이 효의 끝이다. 무릇 효는 부모님을 섬기고, 군주를 섬기고, 몸을 세우는 것이다.”
결국 효도(孝道)는 결코 구시대적인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부모 섬김(事親)에서부터 입신(立身)으로 나아가는 효도는 인간 생활의 본질적, 윤리적인 질서를 표방(標榜)하고 있는 것이다.
효경에서는 철저한 신분제도(身分制度)에 따르는 계층(階層)별 효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적 한계(限界)에 따른 것이기에 보편적 효 개념을 깨닫고 현대적으로 적용(適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고 지도자(天子)의 효에 대하여는 “부모님을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부모님을 공경한다면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사랑하고 공경함을 부모님 섬기는데 극진히 한 뒤에 도덕적으로 가르치고 이끄는 교화(敎化)가 백성들에게 전해져 천하에 본(本)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천자의 효다.”
중간 지도자의 효에 대하여는 “윗자리에 있으면서 뽐내거나 잘난체하지 않으면 높아도 위험하지 않고, 알맞게 조절하면서 한계를 넘지 않으면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존귀(尊貴)를 오랫동안 지키는 방법이고,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 것은 부유(富有)함을 오랫동안 지키는 방법이다. 부귀가 몸에서 떠나지 않은 뒤에야 나라를 보존하며 백성을 화목(和目)하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이 대개 제후(諸侯)의 효다.”
말단 관리의 효에 대하여는 “아버지를 섬기고 이를 바탕으로 어머니를 섬기며, 이를 바탕으로 군주를 섬기니 그 공경함도 같다. 그러므로 어머니를 섬김에는 그 사랑을 획득하고, 군주를 섬김에는 공경을 획득하니 결국 섬기는 대상은 아버지이다. 그래서 효로 군주를 섬기면 충(忠)이고, 경(敬)으로 어른을 섬기면 공순(恭順)이다. 충과 공순을 잃지 않고 그 윗사람을 섬긴 뒤에야 작위(爵位)와 봉록(俸祿)을 보존할 수 있으며, 그 제사(祭祀)를 지킬 수 있으니 이것이 대개 사(士)의 효다.”
일반 서민의 효에 대하여는 “하늘의 때에 따르고 땅의 이로움에 나아가 몸소 근신하고 쓰임을 절약하여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이니 이것이 서인(庶人)들의 효다.”
최고 지도자부터 말단 관리 그리고 서민에까지 효의 정신으로 살게 되면 백성들이 편안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효도는 공동체(共同體)의 도덕(道德)으로 강조되고 있다. “백성들을 서로 친애하도록 가르치는 데에는 효보다 좋은 게 없고, 백성들을 예에 순응하게 하는 데에는 공경함보다 좋은 게 없으며, 백성들의 기풍과 습속을 고치고 바꾸는 데에는 음악보다 좋은 게 없고, 백성을 평안히 하고, 백성들을 잘 다스리는 데에는 예보다 좋은 것이 없다.”
이렇듯 효경에서 말하는 효는 배우고 익히는 학습(學習)의 결과이지만 그것은 획일적, 강압적(强壓的)인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솔선수범(率先垂範)을 보여야만 성취(成就)되는 것이다. 단 효경에서 남존여비의 사상이 짙게 깔려 있음에 어머니의 숭고함을 첨언하고 싶었다. 물론 시대적인 사상이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어머니의 역할이 어릴 적에는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빠뜨린 것이다. 어머니의 인성교육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이론을 새롭게 구성하고 싶고 겸손함과 경건함은 평화로움으로 이어짐을 아는 것이다.